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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해외여행을 가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에 지인으로부터 필리핀에 가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왜 하필 필리핀이냐고 물어보니 '광란의 밤' 을 저렴하게 보낼 수 있다는 얘기였다.
뭐 나도 남자니까 여자가 싫진 않지만 그렇게 막 노는 것이 그다지 땡기지도 않고 가까운 동남아는 언제라도 갈 수 있단 생각에 좀더 먼 미국을 다녀왔던 것인데...


그렇게 광란의 밤을 보낼 수 있는 필리핀에 한국인들이 남긴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사생아 '코피노' 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가 어제 코피노 문제를 다루어 방송에 보냈다. 대충 짐작은 했지만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필리핀에 이른바 '섹스 관광' 을 하러 가는 사람들이 좋다고 이야기하는게 '콘돔을 쓰지 않아도 된다.' 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성병의 위험이나 임신 가능성 때문에 콘돔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곳은 손님을 끌기 위해서 어느정도 콘돔에 대해 관대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다. 여기서부터 문제는 시작된다.


취재진이 촬영한 코피노 중의 한명인 진미.
한국 아이라고 해도 믿기지 않을 정도인데다 외모도 엄청나게 귀엽다. 자기의 아버지가 누군지, 어떻게 태어나게 됐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순박한 모습에 마음이 더욱 아팠다.


필리핀 의대 유학생이라고 속이고 진미를 낳은 진미의 친부는 필리핀에 살고 있었다.
여러명의 여자와 동거를 하며 조선시대도 아니고 애까지 몇명 낳은 이 사람은 자기만의 잘못은 아니다, 양육비를 주면 애들한테 100% 돌아가지 않는다, 이제는 양육비 줄 형편이 아니다, 잠시 내가 미쳤던 것 같다는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현재 한국 남자들이 버리고 간 코피노는 무려 1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불쌍한 신세가 된 코피노들을 후원하는 단체까지 생겼고, 필리핀 내 인권단체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보통 코피노가 생기는 과정을 한국 남자와 유흥업소 종사자간의 관계로 보고 여자의 탓도 하는 경향이 많은데 프로그램을 보니 그냥 필리핀의 일반 여성들과 교제를 하다가도 임신을 시켜 아이를 낳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계층과 직업을 막론하고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업차 온 사람들이 코피노를 만드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적인 기반이 없는 유학생들이다. 가족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고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성매매가 가능하며 우월한 위치에서 여성을 마음껏 농락할 수 있기에 무분별한 성관계가 이뤄지고 원치 않는 아이가 생기고 있었다.


마지막 편에 소개된 아이. 아이의 엄마는 필리핀 명문대학을 나온 학원 강사였고, 아빠는 유학생이었다. 연애하고 아이까지 생겼지만 남자는 한국으로 도망치듯 떠난 뒤 단 한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제작진의 도움으로 아이와 아빠는 5년만에 통화에 성공했지만 이미 한국에서 다른 여자와 결혼한 아빠는 딸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 딸이 아니다' 라는 말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필리핀에 가서 성매매를 할 수도 있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관계에서 '아이' 가 생기는 문제를 왜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어차피 진실된 관계를 원하지 않았다면 콘돔이라도 사용했어야 하는게 맞는 것 아닌가? 정말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의 사람이라고 이래도 되는건지 씁쓸할 따름이다. 놀건 놀고 사귈건 사귀더라도 책임은 질 줄 아는 범위에서 행동하자. 나와 필리핀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말이다.

Posted by 베이(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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