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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퀴즈왕 (2010)

映畵 2010. 9. 11. 21:56

영화명 : 퀴즈왕 (2010)
제작사 : 소란엔터테인먼트
각본 : 장진, 감독 : 장진
상영시간 : 121분
관람일자 : 2010년 9월 11일 14:40
관람장소 : 메가박스 동대문점 3관 K열 4번

3개월여만에 다시 영화관 나들이를 시작했다. 지난주에 '아저씨' 를 보고 이번주에는 무슨 작품을 볼까 고민하던 중 16일에 개봉 예정이라는 '퀴즈왕' 이 벌써 상영을 시작한게 보였다. '해결사' 를 볼까 이걸 볼까 고민을 하다 주저없이 '퀴즈왕' 을 선택한 것은 바로 이 영화의 감독 '장진' 때문이다.

고등학교때 난 문예부 활동을 했다. 어느날 동아리방에서 옛날 교지를 뒤적이다 우리학교 출신 선배가 신춘문예에 입상했다는 글을 보게 됐다. 그때는 낯설었던 '장진' 이라는 이름. 교지에 남아 있는 그의 업적은 대단했다. 그당시 공부 못하는 애들이나 다니는 3류 고등학교에서 각종 연극제 및 연극대회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한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후 장진 감독을 추억하는 선생님들께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그냥 왠지 모르게 팬이 되어버렸다. 열성팬은 아니지만 '장진' 이라는 이름이 나오면 귀를 쫑긋 세우게 되는 그런 사람이...

장진 감독의 영화라면 흔히 특유의 재치 코드를 생각하게 되고, 자연히 코미디 영화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나도 그의 작품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웃기다' 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왠지 달랐다. 주말치곤 사람이 유달리 적었던 그 영화관 때문일까. 요즘 유달리 센치해진 내 탓일까. 웃을 준비만 하고 갔던 나에게 '퀴즈왕' 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고 표면적인 웃음보단 웃음 뒤에 숨겨진 '정답' 을 찾는 일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각자 굴곡진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어느날 4중 추돌사고를 일으키며 파출소에서 조우하게 되고, 거기서 사고의 원인이 된, 자살을 시도한 피해자의 신원을 조사하던 중 상금이 무려 133억 5천만원이나 적립되어 있는 퀴즈쇼의 마지막 30번째 문제를 알아낸다. 나머지 29개의 문제만 맞춘다면 거액의 상금은 내것이 되는 상황! 모두들 그 문제가 출제될 날에 맞춰 미친듯이 공부하고 연습하고 퀴즈쇼의 문제유형을 분석하며 강한 집념을 불태운다.

대망의 퀴즈 방영일! 파출소에서 헤어진 후 방송국에서 다시 조우한 그들은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언쟁을 벌이던 그때 못지않게 불꽃튀는 접전을 펼친다. 하나씩 하나씩 문제를 풀어가며 정답자와 오답자의 희비가 엇갈린다. 그렇게 남은 3명의 마지막 도전자... 베일 속에 쌓여있던 (하지만 출연자들은 이미 본) 마지막 문제가 공개되고, 퀴즈 프로그램이 끝남과 동시에 문제와 퀴즈쇼에 얽힌 엄청난 비밀이 공개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 속에서 퀴즈쇼의 상금을 노리는 사람들은 '돈' 이라는 자본주의의 산물에 매달리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룰에서 벗어난 방법이라도 자신의 이익만 챙길 수 있다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 30번째 문제의 정답을 우연히 알아낸 것은 바로 그 '정당하지 못한 지름길' 을 뜻한다 할 수 있다.

그러나 1번부터 29번 문제를 맞추기 위해 15명의 'No Brain' 들이 펼치는 노력의 과정은 뭔가 다른 냄새를 풍긴다. 밤새서 공부하고 책을 사서 보고, 서로 도와가며 문제를 풀고 맞힌다. 30번을 공짜로 알았으면 1번부터 29번도 공짜로 알고 싶은게 사람 마음인데, 이들은 모두 정직한 방법을 선택했다. 부정한 돈을 얻기 위해 정직한 방법으로 정면돌파를 하려 하다니! 왠지 아이러니 하기도 하다.

하지만 퀴즈쇼가 진행되며 하나씩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쉽게 돈을 차지하려 했지만 정직하게 접근해온 사람들. 그 속에서 그들은 몰랐던 인생의 단면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정직, 사랑, 성실, 믿음... 그리고 소중한 것, 보편적인 것, 옳은 것을 저버린 이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댓가가 돌아온다. 쉴새없이 이어지는 유머러스함 속에서 장진 감독은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것을 하나씩 드러낸다.

모두들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난 과연 오늘 한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았을까? 노력한 것 이상의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는가? 중요하지 않은 것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가? 보잘것 없어보이지만 나도 이 세상을 함께하는 존재라는 자부심을 가져보기는 했는지? 내가 저지른 잘못이 절대 밝혀지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실컷 웃어도 좋지만 영화가 끝난 후에는 이런 것을 곱씹어 봐도 좋을 것 같다. 화면 뒤편에 숨겨진 진정한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지.

마지막 문제가 끝나고 무너져 내린 사람에게 한방을 얻어맞은 그가 짓는 웃음의 의미가 매우 크게 다가왔던 것은 그 장면 하나로 인생에 대한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리뷰를 쓰면서 세부에서 도박을 하다 돈을 잃어 쇠고랑을 찰 신정환의 뉴스가 들린다. '퀴즈왕' 이 한달만 먼저 개봉했다면, 신정환이 이 영화를 보았다면 오늘 같은 뉴스는 듣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관에서는 화려한 캐스팅을 보며 실컷 웃고 돌아와서는 진지한 태도로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퀴즈왕'. 코믹과 진지함을 자연스레 혼합시켜 영화 1편으로 2편을 보게 한듯한 그만의 탁월한 재주에 박수를 보내게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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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베이(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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