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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를 처음 만들고 나서 가장 먼저 올렸던 포스트였던 일본드라마 '드래곤 사쿠라' 가 '공부의 신' 이라는 KBS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어 첫 선을 보였다. 단순히 명문대에 가는 기본 스토리의 구현에 그치지 않고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줬다는 점에서 내겐 꽤 인상깊은 작품 중 하나였다. 그래서 이 작품은 한번쯤 봐도 좋을 일본드라마로 추천하기도 했다.


어제 이 드라마의 첫회가 방송됐다. 리메이크 소식을 듣고 솔직히 좀 김이 샌건 사실이었다. 과연 김수로가 아베 히로시의 포스를 재연해 줄 수 있을지, 야마삐, 나가사와 마사미, 각키짱이라는 청춘스타가 라인업에 포진한 원작에 유승호, 고아성, 지연이 필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됐기 때문이었다. 중반 이후 엉망진창 리메이크로 중도포기를 하게 만든 '결혼 못하는 남자' 의 전례도 있었고...

그러나 이제 1회가 방송됐는데 벌써부터 이 드라마에 대해 성급한 판단이 나오는 듯 하다. 입시위주의 풍토를 조장한다느니 현실을 무시한다는 등의 글이 버젓이 포털 사이트의 메인에 실리는 상황... 과연 리메이크판이 어떤 결말을 낼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이제 고작 1회 방송된, 그리고 본래 의도도 그렇게 제작되지 않은 원작을 갖고 제작된 작품을 비난하는 것은 성급하면서 부당하기 그지없다. 그런 점에서 오늘 오마이뉴스에 실려 네이버 메인화면에까지 편집되어 보여진 이 기사는 그정도의 위치에까지 게시되어 사람들에게 보여질 자격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 기사에' 발끈'해 이런 글도 쓰게 됐다.

원작 '드래곤 사쿠라' 에서 이른바 '도쿄대 특별진학반' 학생들이 모두 도쿄대에 가지는 않는다. 3명은 합격하고 2명은 불합격하며 1명은 시험을 보지 못한다. 그리고 합격자 3명중 1명은 내가 도쿄대에 갈 이유는 특별히 없다며 진학을 포기한다. 물론 드라마 내내 주인공 사쿠라기 켄지 변호사는 대학에 가는 것밖에 학생이 살아가야 할 방법이 없으며 도쿄대에 가지 않는 인생은 쓸모없는 인생이라고 내내 주장했지만 당락이 결정된 마지막 회에 이런 말을 남긴다.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너희들에게 이 말을 남겨두겠다.
입학시험 문제에는 말이다. 정답은 애초에 하나밖에 없다. 그 한가지에 닿지 못하면 불합격. 이건 엄격한 것이다.
그치만 인생은 다르다. 인생에서 정답은 여러가지가 있다.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정답, 가지 않는 것도 정답이다.
스포츠에 열중하는 것도, 음악에 열중하는 것도 친구들과 끝까지 노는 것도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서 일부러 돌아가는 것도 이것들 전부가 정답이다.
그치만 말이다. 너희들 살아가는 일에 대해 겁쟁이가 되지 말아라!
야지마, 미즈노, 오가타, 코바야시, 코사카, 오쿠노 너희들 자신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말아라.
붙은 녀석, 그리고 떨어진 녀석도 마찬가지다.
너희들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살아라!


그가 원했던 것은 도쿄대에 학생을 보내는 것도 있었겠지만 바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 을 알게 하는 것이었다.

전자제품을 잘 쓰려면 설명서를 봐야하듯, 도덕과 법률이 지배하는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그 룰을 알아야 한다.
공부는 그래서 하는 것이다. 대학에 가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살아가며 물건을 사고, 계약을 하고, 거래를 할때 낭패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바를 이뤄내기 위해서다.

아무리 입시지옥이니 입시 위주의 교육이라지만 이렇게 공부의 근본 의미까지 퇴색시켜야 되겠는가.
'공부하지 않는 것' 이 '좋은 교육' 이 아니다. 물론 '공부만 하는 것'도 좋은 교육은 아니겠지만.

대학입시의 현실을 비판하고 대안을 찾고 해야한다는 것 이전에 학생들이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심어주고 졸업후 펼쳐질 엄청난 현실에 대비하도록 하자는게 일본판 드라마의 메시지였다. '공부의 신' 도 과정은 다를지 모르지만 그 결말을 보여줄 것이다. 아니 보여줘야 한다.
 
자극적이고 비현실적인 드라마가 판치는 속에서 '공부의 신' 은 현실적인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지나치게 교훈적이라 오히려 재미없다는 비판을 받는 일본드라마(사실은 일본 만화가 원작)를 원작으로 했으니. 평소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공부란 쓸모없는 것인데 왜 여기에 매달려야 하는지 의문을 갖던 어린 친구들에게 해줄말이 없어 안타까운 일이 적지 않았는데 이 드라마가 그런 메시지를 나 대신 보여주길 바란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이유는 분명히 있다는 것을 말이다.
Posted by 베이(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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