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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창의문길 삼거리로 내려와 골목 사이로 보이는 창의문으로 향한다.
그동안 창의문과 자하문이 다른 곳인줄 알았는데, 원래 창의문이 공식 명칭이고 자하문은 별칭이란다. 아, 무식 -_-;;
일제시대부터 서울성곽에 대한 보존이 상당기간 소홀했던 탓인지 저렇게 성곽 바로 옆에 집이 자리하고 있다.


드디어 보이는 창의문의 늠름한 모습!
서울 성곽의 4소문중 하나인 이 곳은 없어진 다른 4소문과 다르게 유일하게 모습이 남아 있는 곳.
문을 통과하면 서울성곽 등산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소가 나오고 여기서 허가를 받아 서울성곽 등산을 할 수 있다.
기회가 되면 한번 서울성곽도 걷기를 해보고 싶다. 굳이 등산복 차림이 아니어도 상관없는 모양...


서울성곽 창의문 안내표지... 거울로 해놓은 것은 좀 신선한데 읽기는 살짝 불편한??


창의문까지 가볍게 보고 계획했던 대로 flat.274에서 팥빙수를 먹으려 했으나 가게에 들어선 순간... 헉!!
자리가 꽉 차서 기다려야만 한다는... 그래서 이곳의 팥빙수는 다음을 기약... 내년 여름에나 먹어야 할려나 ㅠㅠ


부암동 주민센터에서 성불사 쪽 방향으로 가는 골목길에 자리하고 있는 앤스나무라는 유명한 가게.
안에는 몇 자리 안되지만 카페도 있고 핸드메이드 제품 매장도 있다.
남자를 위한 물건은 없는거 같아서... 선물할 사람이라도 있음 좋겠지만 그것도 아닌지라 그냥 둘러보고 나왔다.


못먹은 팥빙수 대신에 더위사냥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나름 아웃포커싱 기술 시전... ㅋㅋ


창의문길 삼거리를 지나 청운중학교 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부암동 관광안내표지판이 있고 그 옆으로 '윤동주 시인의 언덕' 을 올라가는 길이 있다. 윤동주 시인이 이 근처에 머물며 시상을 생각할때마다 이 언덕을 찾았다 하여 이 언덕을 만들었다고 한다.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언덕으로 향한다...


이렇게 잘 꾸며진 언덕이 하나 나타난다. 뭐 엄청나게 대단한 곳은 아니다. 그냥 동네공원 수준...


성곽 복원코스와도 연계되어 있다. 사직동 너머까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날이 점점 어두워질려고 하는 때라 마무리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섰기에...


이렇게 곳곳에 낙서인줄 알았는데... 윤동주 시인의 시 귀절을 적어놓았다.


언덕 정상에서 바라본 사직동 쪽의 모습...


정상의 시비 뒤로는 남산까지 서울의 광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언덕 중앙에 간단한 무대 시설도 있는데 그 옆에 놓여있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 안내 바위...
뭐 특별한 느낌은 없고 전망이 좋으니 한번쯤 구경하면 좋은 곳이라 생각하면 될듯...
생각을 정리하는데 적합한 장소라고는 생각된다 ㅎㅎㅎ


조용한 이 동네가 세간의 화제가 된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1968년의 1.21 사태일 것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 시해를 계획하고 31명의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휴전선을 뚫고 남하하여 자하문 앞까지 왔으나 검경의 심문에 걸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적지 않은 민간인, 군경 희생자만 낳았던 사건...

그당시 종로경찰서장으로 용감히 간첩을 막아선 최규식 총경의 동상이다. 최규식 총경에 대한 이야기는 초등학교 반공서적에서 본 적이 있다. 책을 보면서 약간은 슬펐던 뭐 그런 기억이... 여튼 이분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태극무공훈장을 추서받았다.

집에 오면서 1.21 사태 글을 좀 검색해보니 이 사건을 계획한 북한도 상당히 허술하기 그지 없었고, 이미 파주쯤에서 민간인들에게 발각이 되어 서울 일대가 비상경계령을 펴고 있었다. 당시 검문 한번 안받고 넘어온게 문제가 된듯도 하지만 애당초 무대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건... 시대의 비극이었다.


5시가 다 되어가니 구름의 양이 많아지고 먹구름 같은 것도 보이기 시작했다.
5시간 가까이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힘들기도 하고... 다음날이 월요일이니 출근도 준비해야 해서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청운동까지 통하는 창의문로 내리막길을 경치 구경하면서 슬슬 내려왔다.

여기서 한가지 해프닝이 발생한다.

이 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산줄기 사진을 몇장 찍었는데 보니 능선마다 군인 초소가 있다. 난 등산로 관련 안내소인줄 알았다.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데 초소마다 군인들이 나와서 날 쳐다본다. 예감이 좀 이상했다. 나도 민간인이 많은 곳에서 군생활을 해서 내가 군인들에게 감시를 받는다는 것은 어느정도 직감했다.

그러나 뭐 별일 있나 싶어 터덜터덜 길을 내려오는데 부소대장으로 보이는 하사 1명과 사병 1명이 허겁지겁 뛰어오더니 나를 붙든다. 사진 촬영이 문제가 됐구나 싶었는데 맞다. 사진기를보더니 부대가 찍힌 사진은 모두 삭제한단다. 반쯤 기분이 나빴지만 시끄러운 사건은 만들고 싶지 않아서 (군인들한테 진상피면 군인들이 찍소리도 못하지만 경찰서에 넘겨버리면 골치아파진다 -_-;;) 순순히 검문에 응했다. 사진을 몇개 삭제하고 경찰서에 신원조회까지... 이럴거면 사진촬영 금지 푯말이라도 달아두던가... 여기가 작전상 보안이 가능한 곳도 아닌데 군인들 오버는 어쩔수 없단 생각도 들고...

여튼 부암동 구경을 하면서 다시는 저길 걸어서 내려오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성곽도 사진을 못찍는 곳이 많다니 이 부근으로 가시는 분들은 조심하시길... 여튼 일요일 낮의 부암동 출사는 이렇게 끝났다.
Posted by 베이(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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